“내가 부산에 있는데 시계 보내려고 하면 우짭니까?”.. “아 괜찮아요, 그럼 1호선 쭉 타고 가다가 2호선 갈아타고 시청에 있는 FedEx 킨코스에 맡기도록 할께요”…..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모집 기간도 짧았을 뿐 아니라, 프로그램 시작에 대해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기회도 뉴스기사뿐이기에. 하지만, FedEx 코리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정말 행복한 시간으로 남았다.
세계 최대의 항공 특송회사 FedEx의 홍보를 담당한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FedEx의 업무는 크게 Media Relations과 CSR 프로그램 진행으로 나뉜다. CSR의 경우, 연간 총 5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글로벌 프로그램의 경우, 2003년부터 시작한 프로그램도 있을 정도로 각 프로그램들이 꽤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CSR을 한다’는 것만으로는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시기는 지났기에, 매 년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홍보 효과에 대한 고민이 만만치가 않았다. 특히, 신문을 쭉 훑어보면, CSR 뉴스는 대기업이 큰 규모로 진행하는 활동들에 대한 기사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어, 더욱 고민이었다. 특히 매 년 다른 주제의 행사를 구성해 진행하고 있는 로컬 대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그 고민의 깊이가 더 깊을 수 밖에 없었다.
FedEx의 CSR 프로그램 성공 여부는 3가지에 달려 있다. 첫째, 수혜기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이루어 졌을 것. 둘째, 참여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 셋째, FedEx의 브랜드에 보다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
이 세 박자가 딱 맞아 떨어지는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하다가 탄생한 프로그램이 바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프로그램이다. 사람들이 싫증나거나 고장 나서 사용하지 않는 시계를 기부 받아, 몸이 불편한 분들의 재활센터인 ‘사랑의 집’에서 수리한 후, FedEx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태국의 어린이들에게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FedEx의 서비스와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이루어지므로 프로그램과 기업 간 연결성이 뚜렷하다는 점과, 무엇보다 FedEx 고객, 직원, 수혜기관인 ‘사랑의 집’에 계신 분들까지 모두 좋은 일을 위한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획단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늘 그렇듯 사람들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 하는 것이었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1) 프로그램을 알게 된다 2) 낡은 시계를 모아놓는다 3) FedEx에 전화만 한 통하면, 혹은 온라인 접수만 하면 직원이 방문해 시계를 받아온다.”가 되겠지만 예산의 문제로 프로그램 자체를 알리는 활동은 보도자료 배포뿐인 점, 이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 시간 및 인력 문제로 참여를 원하는 사람이 직접 FedEx 킨코스를 방문해야 하는 점 등의 다양한 장애물이 존재했다. 클라이언트와도 ‘이러다가 낡은 시계를 파는 곳을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오갈 정도였으니, 그 문제의 심각성은 굳이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라 생각된다.
시간, 비용, 인력의 한계가 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단순했다. 바로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열심히 하는 것’. 일단 보도자료의 경우, 이 프로그램의 주 타겟인 직장인과 어르신들이 자주 보는 무가지에는 꼭 개제될 수 있도록 미디어와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FedEx 사무소 및 킨코스 매장에는 관련 포스터를 배치하여 고객들에게 직접 프로그램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참여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직접 방문, 수집을 할 수 없는 점에 대해서 양해를 구하고, 회사 및 집에서 가장 가까운 FedEx 사무소 혹은 킨코스 매장의 위치를 직접 찾아서 알려주고, 위치와 매장 정보 등을 이메일로 전송했다.
이런 노력들이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에 큰 역할을 했겠지만, 그 중심에는 바로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생각했던 것만큼 이웃에 대해 무관심 하지 않았다. 지방에서 사비를 들여 택배로 보내겠다고 하는 사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는 사람, 그리고 FedEx 킨코스를 방문해 시계를 놓고 간 수많은 사람들….
낡은 시계를 파는 곳을 찾아봐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럽게도, 사람들은 ‘좋은 일’에 많은 손길을 보내주었다 (그 중에는 자랑스런 B-Mer들도 있었다. Suyoun Kang, Eunjoo Kim, Daechul Shin)
이러한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생각보다 획기적으로 단축된 기간인 단 10일만에 목표하던 300개의 손목시계가 모아졌으며, 장애인 재활센터인 ‘사랑의 집’에 계신 분들의 실력으로 반짝이는 새 시계가 되어 태국의 어린이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선물로 단 하루 만에 배송이 되었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FedEx의 직원분들과 ‘사랑의 집’을 방문해, 시계도 포장하고 그 분들과 함께 나들이를 갔던 날이 생각난다. 그 곳 담당자님께서 선한 얼굴로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또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데 그 순간만큼은 고객사를 통해서라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내 직업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300개의 손목시계,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FedEx-FedEx킨코스가 함께한 첫 프로그램, FedEx코리아-FedEx태국의 첫 연계 프로그램, FedEx 로컬 CSR 프로그램 중 최고 SOV 달성 등의 타이틀을 남기고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이보다 나를 더 행복하게 했던 건 여러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 episode: 사랑의 집 방문 시 원장님이 ‘이 시계는 C사의 진품입니다. 중고가만 300만원을 넘죠’라고 했을 때, 나는 보았다. 시계 수집을 담당한 동훈사마의 얼굴에서 스쳐가는 ‘내가 저걸 왜 발견 못했을까……발견했다면…이미...’라는 안타까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