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트렌드 by 마크 펜 -- 조선 일보

B-M in the News | 2008/08/13 01:31

  "세상 바꾸는 작은 흐름 콕 집어내 보세요 사업기회 무한합니다" 고객의 개별 특성 무시하고 똑같이 대하면 안 돼 스타벅스·아이팟… 마이크로트렌드 성공적으로 적용 정치인·기업인들의 조언자로 성공한 비결? 인기 없는 조언이라도 옳다고 생각하면 직언

"마이크로트렌드(microtrends)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매우 긍정적인 개념입니다. 이제서야 바로 사람과 사회의 다양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이것을 제대로 활용하면 만족스럽고 조화로운 사회를 이룩할 수 있습니다. 사업가들에게도 엄청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마크 펜(Penn) 버슨 마스텔러 사장의 강조점은 명확했다. 다양성으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거대한 흐름보다 작고 뚜렷한 여러 가지 흐름들에서 사업 기회를 찾으라는 것이다.

▲ 마크 펜 버슨 마스텔러 사장의 미국 워싱턴 DC 사무실 책상 위에는 3개의 컴퓨터가 놓여 있다. 각각 이메일과 업무, 인터넷 검색용이다

―마이크로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엇입니까?

"마이크로트렌드는 매우 많은, 작은 변화들을 일컫습니다. 지금의 시대는 결코 동질적이거나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되는 시대가 아닙니다. 고도의 다양성, 바로 이것이 사람들에게 매우 다른 여러 가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이크로트렌드 사회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메가트렌드(megatrends)에 머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러면 뒤처집니다. 기업들은 다양화되고 개별화된 수요에 대응해야 합니다. 수없이 많은 점들이 어우러져서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메가트렌드'를 쓴 나이스비트와 마주 앉는다면 매우 의미 있는 토론이 될 것 같군요.

"그럼요. 저는 아주 훌륭한 토론자가 될 것입니다."

―마이크로트렌드를 어떻게 사업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마이크로트렌드는 어떤 분야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특히 인터넷의 발전은 관심사가 같은 여러 사람들이 쉽게 뭉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기에 이들을 대상으로 사업화하는 것도 예전보다 쉬워졌어요.


가령 문신(文身) 산업을 생각해 봅시다. 예전엔 문신이 반항의 표시였는데, 요즘은 개성과 섹시함의 상징이 됐어요. 이 점에 착안해 지금까지 문신을 잘 하지 않았던 상류층과 지식인 시장을 개척하면 무궁무진한 시장이 열릴 겁니다.

또 남녀 간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격차가 줄어들고 있잖아요. 많은 여성들이 새로운 기술의 활용자가 되고 있는 트렌드를 이용해서 사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애완동물을 마치 자신의 자녀처럼 아끼고 돌봐주는 이들을 보세요. 이들을 위해서 아주 호화스러운 애완동물 관련 시설을 만들 수도 있겠지요. "

한국에선 '영어와 골프 관련 산업은 불패(不敗)'라며 여기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습니다.

"좋은 예를 언급해줬군요. 하지만 저는 모든 사람이 골프에 관심이 있고, 모두가 영어를 하려고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골프도 반드시 고소득층만 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저소득층도 골프를 하는 마이크로트렌드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마이크로트렌드를 성공적으로 적용한 기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스타벅스를 봅시다. 스타벅스에서는 155개의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고객에 맞게 마이크로트렌드를 만족시키는 상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또 애플의 아이팟(ipod)을 보세요. 아이팟이라는 상품은 하나지만, 구매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상품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즉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재즈 아이팟이 되고, 록큰롤 마니아에게는 록큰롤 아이팟이 됩니다. 50개의 각각 다른 틈새 수요에 대해 50개의 다른 상품을 만들지는 않으면서도 각각의 수요를 만족시킨다면 가장 훌륭한 마케팅이 되는 것입니다."

―아이팟이 마이크로트렌드의 가장 성공적이라는 사례라는 말인가요?

"그것은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미디어 플레이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준(Zune)도 훌륭한 상품입니다. 지금은 재즈 애호가, 록큰롤 마니아, 영화광들을 위해 각각 다른 아이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취미가 같은 애호가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마케팅을 하면 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트렌드는 인터넷과 상당히 연관이 크다고 할 수 있겠군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기술의 발전 외에도 이런 흐름을 잡아내 상품화할 수 있는 창의성과 연관돼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프라푸치노 등의 상품을 만들어 다양한 개인들에 접근해 성공한 것입니다."

―당신은 책에서 모두 75개의 마이크로트렌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출간한 뒤 새롭게 찾아낸 트렌드가 있나요?

"책을 출간할 때 5~6개의 매우 다른 분야에서 중요한 개념을 추려서 75개의 개념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책에 서술하지 않은 개념도 엄청나게 많이 있습니다. 아마도 75개가 아니라 7500개의 마이크로트렌드가 될지도 몰라요. 바로 당신이 다른 마이크로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60대 이후에도 계속 일하는 노년층이 늘어나 노인용 컴퓨터, 노인용 휴대폰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셨는데요.

"그동안 마케팅 담당자들이 저질렀던 실수는 49세 이상에 대한 마케팅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50대, 60대들을 보세요. 이 사람들이 새로운 사회적 선택을 합니다. 종교를 바꾸기도 하고요. 그들은 시장에서 매우 강력한 세력입니다.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더 오래 살게 되면서 제2의 인생을 다르게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건강한 그들은 계속해서 다른 직업을 가지려고 할 것입니다."

―마이크로트렌드를 기업체가 아니라 정부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정부에서 노년층 대책을 세우는 데 마이크로트렌드를 적용한다면….

"그러기 위해서는 아시아의 경우 노년층을 차별하는 법을 없애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남녀 간의 성(性)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런 추세는 어떻게 발전되리라고 봅니까.

"여성들이 육체적으로 강건해지면서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말로 먹고 사는 사업에 매우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법, 광고, 홍보, 저널리즘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데 이런 추세는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왜 여성들이 말로 먹고 사는 직업에 더 재능이 있다고 보시나요.

"저는 그 이유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하지만 사회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광고, 홍보, 저널리즘에 여성들이 다수 진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런데 말이 큰 영향을 끼치는 정치는 예외이지 않나요. 여전히 정치는 남성의 영역에 머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지구 곳곳에서 여성들이 점점 더 정치적 세력을 강화해가고 있어요. 특히 여성들의 투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미국엔 여성 상원의원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당신은 직장에서 가정으로 아빠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현상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머니의 역할에 비해서 그동안 아버지의 역할은 사실상 무시돼 왔지요. 그런데 사실 미국에선 아버지들이 주말에 어린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마케팅을 전공하는 이들은 이런 현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죠."

그는 마이크로트렌드란 개념을 어떻게 착안했을까?

"마이크로트렌드는 창의성과 통계가 합쳐진 것입니다. 저는 매우 의미 있는 수치의 변화들을 매우 주의 깊게 봐 왔어요. 인터넷을 비롯한 새로운 발전은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다른 선택을 하게 만들었어요. 특히 정치와 경제,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1%밖에 안 되는 그룹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마이크로트렌드라는 개념을 정립하는 데 상당히 오래 걸렸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13세 때부터 '여론조사'를 하고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변화를 관찰해 왔습니다. 이 책은 30년 동안 홍보업무를 하면서 성향이 다른 고객들과 각각 다른 상황에서 조언한 경험이 녹아 있어요."

―13세부터 여론조사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그것은 천부적인 재능인가요? 어떻게 그게 가능했나요?

"13세 때 제가 한 여론조사는 TV의 퀴즈 쇼와 관련된 것이었어요. 저는 항상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데 신경을 써왔습니다."

참고로 그는 마켓리서치·전략컨설팅 회사인 PSB의 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마이크로트렌드를 찾아내고 이를 적용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마이크로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당신과 같은 홍보 컨설턴트를 고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웃으면서)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같은 광고 홍보회사를 고용하기를 바라는 것은 분명하지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마이크로트렌드에 기반한 마이크로 타깃팅을 하는 것이 성공적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기업들의 문제점은 고객들의 개별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똑같이 대한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다른 수요와 욕망을 무시한 채 말이에요."

그에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마이크로트렌드를 찾기를 희망합니다. 첫 CEO 출신 대통령이라면 마이크로트렌드를 찾아내는 데도 남다른 강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는 1996년 대선 당시 '사커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중산층을 겨냥한 선거 전략을 짜서 클린턴 대통령의 재선에 기여했다. 지난해 11월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진보 진영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순위에서 빌 클린턴과 엘 고어에 이어 3위에 랭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의원(4위)보다도 오히려 높았다. 그러나 그는 선거에 대한 질문에는 매우 말을 아꼈다.

―당신의 이론은 현재 민주당 경선에 어떻게 응용되고 있습니까.

"마이크로트렌드는 정치에 대한 개념이 아닙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한 전술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다만, 이 시대 성공적인 정치인이 되려면 대중에게 무작정 호소하기보다 수많은 소규모 집단에서 개별적으로 지지를 이끌어 내고, 이들을 한데 묶어서 자신의 세력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은 이 하나 하나의 그룹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그는 클린턴 부부와 토니 블레어, 빌 게이츠 등 세계적인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조언자로서 어떻게 오랜 기간 동안 성공할 수 있었을까?

"비록 고객들에게 인기 없는 조언이라고 해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반드시 말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직언을 했습니다. 이것이 효과를 발휘하자 많은 사람들이 조언을 구하러 왔습니다."

그는 "그들이 어려울 때 직언을 할 수 있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내겐 매우 큰 축복"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면서 요즘 클린턴 의원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 문제에 대해선 지금 얘기할 수 없다. 우리의 전략을 상대편(오바마)에게 알려줄 수는 없으니까(웃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펜 사장은 문을 열고 나가려는 기자에게 "선거가 끝나면 답을 알려주겠다"며 빙긋 웃었다.

입력 : 2008.03.28 13:25 / 수정 : 2008.03.28 16:30
Posted by BM-Korea